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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ss city>

나에게 운전 중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는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구조로부터 잠시 이탈해, 시간과 공간의 주체가 되어 그것을 조율할 수 있는 유일하고 유한한 자유의 시간이다. 시동을 켜고 본능적으로 조수석에 놓인 소형 자동카메라를 한 손에 움켜쥐며 한 손은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메라 셔터 위에 손가락을 고정시킨다. 흔들림 없는 초점이나 정확한 노출을 계산할 여유로운 시간 보다는 오히려 좀 더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신체 감각에 의존해 셔터를 누르며 빠르게 스쳐가는 풍경의 잔상들을 찍기 시작했다. 촬영의 순간들이 기억나지 않는 초기 연습용 필름이 현상 되고 밀착(contact sheet)된 36컷의 사진들 속에 자동차의 소음을 차단하는 순환도로의 방음벽 위로 장소성과 방향성이 모호해지는 익명의 공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Glass city> 연작은 서로 다른 속도에 의해 마주하고 있는 도시와 개인의 심리적 거리를 투영하고 도시로부터 분리된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한 수평적으로 배열된 평면의 흐름은 카메라 수평계와 함께 잠시 동안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이루며 움직이는 도시의 이미지로서 교차된다. 나는 그러한 연쇄적 현재가 생성하는 이미지의 속도와 공간의 밀도를 고감도 컬러네거티브 필름의 입자를 통해 증폭시키며 속도가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일시적이고 고유한 시각 신호인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image)로서 <Glass city> 연작을 인식하며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사진-이미지를 보다 단순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태도였으며, 시간을 미립적 감각으로 사유하려는 접근이었다. 곧 이러한 인식은 시간-이미지의 힘을 단일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작용과 반작용의 물리적 관계처럼 상호 작동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image)에 대응하는 상대적 시간-이미지, 즉 ‘정지-이미지’(static image)를 탐색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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