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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uit>
두 시간 이미지의 팽팽한 대립과 그러한 충돌로 인한 흔적의 방향은 속도의 감각이 무뎌진 무동력 상태의 흑과 백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는 도로의 신호체계가 압축되어 있는 오래된 자동차 운전연습장에서 잠시 정차한 나의 모드(mode)는 양극단 사이의 무채색(achromatic colors)을 통해 이곳을 관찰한다. 동력의 힘이 사라진 상태의 이 세계에서 나의 신체는 지켜야 할 선을 뛰어넘고 따라야 하는 신호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곳을 유영하듯 떠다닌다.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느린 움직임의 반복 그리고 낡고 오래된 표면의 입자는 레이싱 경기장(Circuit)처럼 묘한 긴장감을 나타내지만 색이 사라진 상태의 선과 면으로 분리된 이 장소의 기능성은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과 함께 공간의 변형과 형태에 집중시킨다. 이처럼 동적인 움직임과 정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양가적인 공간에서 나의 모드(mode)는 적외선 흑백필름으로 전환되어 겹겹이 쌓여있는 공간의 레이어와 그 층위들을 보다 선명하게 나누어 놓는다. 이러한 구분은 동력이 상실되어가는 사건의 징후를 암시하듯이 어떠한 힘의 방향도 위치도 존재하지 않는 무-동력의 상태에 잠시 머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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