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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side tree>

 반면 왼쪽 창문의 프레임으로 보이는 〈Roadside tree〉는 속도가 아닌 시간의 축 위에서 작동하는 시선을 담고있다. 이 작업은 <Obscure driver>처럼 이동 중의 찰나를 포착하기보다, 동일한 위치에서 반복적으로 머물며 시간에 의해 변화하는 계절의 풍경을 기록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야 할 작업실로 향하는 길에서 낮이 밤으로, 맑은 날이 비가 오는 날로, 여름이 겨울로 변화하는 동안, 늘 지나치던 도로의 길목에 잠시 정차한 채 가로수의 변화를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응시한다. 익명으로서의 쾌감이나 군중 속의 안도감이 필요하지 않은 일차선 나들목(interchange) 위에서, 차창 안의 동일한 프레임은 대상의 공간적 이동을 제거하고 시간의 지속만을 남긴다. 이 반복된 프레임 속에서 가로수는 예측 가능하고 지루한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며, 사건이라기보다 축적된 시간의 결과로서 풍경을 드러낸다. 그러나 〈Obscure driver〉와 〈Roadside tree〉를 병치해 바라보는 순간, 시선의 주체는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응시의 중심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정지한 가로수의 풍경이며, 그 풍경이 바라보는 대상은 차창 안에 놓인 나, 즉 도시로부터 소외된 운전자가 된다. 이러한 시선의 전환은 평면 위에 병치된 두 이미지의 시점을 느슨하게 동조시키며, 익명의 풍경과 익명의 운전자를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로 공유하게 만든다. 움직임과 정지, 내부와 외부, 고립과 개방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의 전환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며들고, 그 교차의 중심에서 실재와 현재의 경험, 그리고 인식의 대칭은 다시 도로의 정면을 향해 출발한다. 이것은 〈Glass city〉, 〈Motor collection〉과 같은 대립이 아니라,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각기 다른 감각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겹쳐지는 어긋난 시선의 만남으로 작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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