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way>
〈Glass city〉와 〈Motor collection〉 연작의 배치는 상대적인 시간과의 물리적 관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서로 다른 성질의 시간이 강하게 맞서고 있는 양면적인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이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두 개의 시간-이미지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간을 동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정체된 도로 위에서 사고의 물리적 흔적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옮겨간 세 번째 연작 〈Speedway〉는 출발과 도착이라는 이동의 논리에서 벗어나, 그 중간 어딘가에서 발생한 충돌의 흔적을 추적한다. 견고한 콘크리트 도로 위에 새겨진 균열과 스키드마크는 출발과 도착이라는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고, 무의미한 통과 지점에 불과했던 장소를 사건이 발생한 시간의 중심으로 전환시킨다. 이 도로 위의 새겨진 흔적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속도와 힘이 남긴 결과이자, 더 이상 재현될 수 없는 사건의 표면이다. 나는 이 표면을 촬영하며, 속도가 사라진 이후에도 공간에 잔존하는 시간의 밀도와 방향성을 감각적으로 더듬는다. 움직임이 제거된 자리에서 드러나는 것은 속도의 결과로 응축된 물질의 변형이며, 이는 동적인 힘이 정지된 상태로 고착된 또 하나의 시간-이미지로 작동한다. 〈Speedway〉에서 도로는 더 이상 이동을 위한 인프라가 아니라, 충돌과 마찰, 정지의 시간이 압축된 하나의 장면이 된다. 속도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이러니하게도 속도의 부재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소로 전환되는 순간, 나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대신 시간의 흔적을 응시하는 시선으로 카메라를 위치시킨다. 이러한 움직임, 정지, 충돌이라는 연속된 현상의 증거로 구성된 세 연작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사진-이미지들 사이에 지속적인 힘의 관계를 형성한다. 〈Speedway〉는 이 힘의 관계가 가장 응축되는 지점으로서, 속도와 정지, 사건과 잔여, 이동과 체류라는 시간의 양극단이 하나의 표면 위에서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